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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기술과 사회 (STS) 2008/05/28 12:57

    위험인식(Risk Perception)에 대한 세 가지 연구

    저명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위험사회"라는 저서를 통해 위험(Risk)이라는 것이 근대 사회를 분석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에 의하면, 현대의 과학기술이 위험을 체계적으로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사회의 영속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위험과 관련한 중요한 개념으로 위험인식(Risk Perception)이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실제로 특정한 위험요소에 대해 그것을 얼마나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가를 분석하는 것이다. 실제 위험이 가진 객관적인 위험의 정도가 아니라, 사람들이 느끼는 위험한 정도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위험인식이라는 개념은 위험의 사회적 구성과정을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위험인식을 다룬 세 개의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1] 세 개의 논문은 다음과 같다.

    • Paul Slovic, 1987, "Perception of Risk", Science 236 : 280-285. [원문보기 ]
    • 차용진, 2007, "위험인식과 위험분석의 정책적 함의", 『한국정책학회보』 16(1): 97-116. [원문보기 ]
    • Dietram A. Scheufele et al., 2007, "Scientists worry about some risks more than the public", Nature Nanotechnology 2 : 732-734. [원문보기 ]

    위험에 대한 인식차이

    Slovic은 여러 가지 일상적인 행위나 기술들에 대한 위험도를 여러 그룹을 대상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가 아래에 있는 도표이다. 표에서 숫자가 낮을수록 사람들이 더 위험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 표를 해석하면, 대학생들은 원자력 발전(Nuclear Power)을 가장 위험한 것으로 평가했고, 수영(Swimming)을 가장 안전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Paul Slovic(1987) Risk Perception

    이 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원자력 발전과 수영, 그리고 X-Ray이다. 보통 사람들은 원자력 발전을 매우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오히려 전문가 그룹은 이것을 20위로 평가함으로써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X-Ray는 보통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전문가들은 이를 위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수영은 특이하게 대학생들만 매우 안전한 것으로 나머지 그룹만 중간 정도의 위험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연령과 세대에 따라 위험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Paul Slovic(1987) Unknouwn-Dread Risk

    위 도표는 여러 가지 사안들에 대해 그것이 가져오는 위험성을 "알려진 정도"와 "발생 시 충격의 정도"를 기준으로 배열한 것이다. 예를 들어, "DNA 기술"이 가져오는 위험의 구체적인 양태는 현재 미지의 부분이기 때문에 이 기술은 그 위험성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반면에, 다이너마이트(Dynamite)는 우리가 그것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잘 알고 있다. 핵무기는 단 한 번의 폭발로 엄청난 재난을 유발하지만, 카페인(Caffeine)은 한번 섭취한다고 해서 인체를 치명적인 상태로 만들지는 않는다. 이러한 기준으로 만들어진 도표가 위의 그림이다. 이것은 각각의 위험요소에 대해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마련한 때 도움을 준다.

    이 논문은 1987년에 발표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 다시 조사한다면 크게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국은?

    Slovic의 논문은 오래전에 작성된 미국의 사례이다. 한국에서 이런 조사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그런데 마침 작년에 위험인식에 대한 논문이 발표됐다[#2]. 다음의 그림을 보자.[#3]

    차용진(2007) 한겨레신문 - 위험도도표

    위 도표는 특정 위험요소들을 "알려지지 않은 정도"와 "통제하기 어려운 정도"로 구분하였다. "알려지지 않은 정도"는 위의 Slovic 논문에 사용된 지표와 동일한 것이다. "전쟁"은 특정한 개인이 어떤 노력을 한다고 해서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그것의 발생과정에 영향을 미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매우 "통제하기 어려운" 사안이지만, "흡연"의 경우는 개인의 의지에 따라 위험의 발생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통제가 쉬운" 위험요소이다.

    위험요소들이 위의 그림처럼 배열되면, 이제 각각의 위험들에 대해 서로 다른 대처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그림의 좌하 단에 해당하는 위험들은 "통제가 쉽고 내용이 잘 알려진" 것들이다. 이런 것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대응책은 예방교육과 홍보이다. 반면에, 위험이 "잘 알려졌지만 통제하기 어려운" 좌상 단에 해당하는 것들은 그것을 다루는 절차와 권한, 책임 소재 등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함으로써 이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와 일반인의 인식차이

    나노기술은 현재 전도유망한 분야이다. 하지만, 이 기술 역시 그것이 장래에 가져올 장기적인 위험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기술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조사가 있었다.

    Nature Nano. Scientist-Public

    위의 그림은 앞으로 나노기술이 가져다줄 혜택과 위험에 대해 일반인들과 나노기술을 다루는 과학기술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다. 위의 그래프는 나노기술이 가져다줄 혜택에 대한 기대치를 나타내고, 아래의 그래프는 나노기술의 위험성을 조사한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아래 그래프의 오른쪽에 있는 "More Pollution"과 "New Health Problems"이 두 가지 항목이다. 이 두 항목만 다른 것과 달리, 과학기술자들의 수치가 일반인보다 더 높다. 즉, 과학기술자들이 나노기술이 앞으로 인간의 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통 사람들보다 더 걱정하고 있다.

    핵무기와 카페인의 비교처럼 위험의 재난성을 기준으로 구분해서 핵무기는 위험하고 그에 비해 카페인은 덜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것이 어느 정도로 위험한지 전혀 알 수 없는 경우이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을 그토록 싫어하는 이유와 완벽하게 동일한 것이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이다. 과학자들이 일반인들보다 나노기술의 위험성을 과대평가하는 이유도 나노기술이 가져올 위험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구가 더 진행돼서 이에 대한 확실성이 높아지면 과학자들의 우려 정도는 낮아질 것이다.

    1.원래 이 글은 작년 11월 경에 쓰기로 계획했었지만, 결국 6개월이나 지난 지금 작성하게 되었다.
    2.이 논문은 수도권 거주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전국을 대상으로 했으면 좋았겠지만, 두 경우에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3.이 그림은 논문에 실려있던 원래 그림을 한겨레신문에서 다시 제작한 것이다.[보러가기 ] 이 그림에는 논문에서 다룬 모든 위험요소가 실려 있지 않다. 원래 그림은 논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Happysloth
    2008/05/28 12:57 2008/05/2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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