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rome Ravetz, 2005, The No-Nonsense Guide to Science, New Internationalist Publications.
이 책은 일반인들을 대상에게 현대 과학을 소개하는 교양서이다. 하지만 여타의 교양 과학책들과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교양 과학서적들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과학적 사실을 소개하거나, 어려운 최신의 과학이론을 쉽게 설명하는 것들이 주류이다. 하지만, 이 책은 현대 과학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이것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과학이라는 것은 객관적이고, 절대적이고, 명확한 형태의 지식으로 인정받았지만, 최근의 과학은 그렇지 못하며, 그런 과학에 대해 우리는 어떤 것을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탈정상 과학 (Post-Normal Science, PNS)

제시된 그림을 보면, 부채꼴의 최외각 부분이 바로 탈정상 과학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즉, 불확실성이 매우 높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정책결정이 어려운 내용을 다루는 과학을 의미한다. 반면에 기존의 전통적인 과학은 그림에서 응용과학(Applied Sciece)에 해당한다. 이것은 확실성이 높고, 이해관계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영역을 주로 다룬다.

저자는 탈정상 과학의 대표적인 분야로 GRAINN[#1]이라는 약어를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5가지 과학분야의 영문 앞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인데, 그 분야들은 다음과 같다. 유전체학(Genomics), 로봇공학(Robotics),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뇌과학(Neuroscience), 그리고 나노기술(Nanotechnology)가 바로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 현대 과학의 분야는 대체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탈정상 과학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영역이다.
불확실성과 무지
현대 과학은 놀라운 인류 문명을 이룩했다. 하지만 지금 처한 상황은 그렇게 영광스러운 상태가 결코 아니다. 현대 과학의 객관성은 의심받고 있고, SHE를 다루는 수많은 문제들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최고의 전문가인 과학자들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즉각적인 정책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합의란 사실상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제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을 다루는 방법이다. 확실성이 사라진 현대의 과학에서 어떻게 과학은 대중을 위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과학과 민주주의
과학에 대해서의 정치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자연과학자들의 입장에서는 무모해 보이는 짓거리로 보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최근의 과학이 첨예한 정치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과학 연구의 주도권이 사실상 자본의 손의 넘어간 지금의 시점에서 이제 과학은 누구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소수의 사람들과 소수의 국가만을 위한 과학과 기술이 아니라, 온 인류를 위하고, 지구의 영속성을 위한 과학과 기술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삶은 과학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새로운 과학기술이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우리는 내 삶의 자기 결정권을 위해서 과학에 대해 알아야 하고, 그 과정에 개입해야만 한다. 과학은 더 이상 과학자들만의 활동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소수의 전유물로서의 과학이 아니라, 인류 복지에 공헌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과학이 되어야 한다. 그런 민주적인 과학을 위해서는 과학 활동에 대중들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하다.
평가
이 책은 읽기 쉬운 교양서이고, 진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중요한 책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탈정상 과학이라는 학술적인 용어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이 책은 현대 과학이 처한 상황이 어떠한 것이고, 과학이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생각의 출발점으로 매우 유용한 책이다. 분량도 짧고, 내용도 어렵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또, 이 책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사례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스티븐 로즈(Steven Rose)의 "메가폰 과학"이라든지, 유태인과 테이삭스 병에 대한 이야기, 환경오염에 대한 사례 등이 소개되었다. 관심있는 사람들인 이런 사례들을 추적해 보면, 다양한 시각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김명진의 서평[#2] 에서도 볼 수 있듯이, 번역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특히 원문에는 N이 두 개인 GRAIN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잘 나와 있음에도, 저자의 의도와 달리 N이 하나만 달린 GRAIN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매우 의아한 점이다. 이것들만 주의한다면 심각한 오해를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또 원서를 보면 중간에 삽화가 포함되어 있는데, 번역서에서는 그 그림을 발견할 수 없다. 아무래도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빠진 것으로 보이는데,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하지만, 번역서에는 역자가 친절하게 달아놓은 설명이 추가되어 있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 2. | 녹색평론 97호(2007년 11~12월)에 이 책에 대한 김명진의 서평이 실려 있다. 이 서평은 이 책뿐만 아니라 "갈릴레이 딜레마"라는 책도 함께 다루고 있다. 이 서평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보러가기 ] 참고로, 이 서평은 웹에 게시된 내용을 내가 PDF로 변환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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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철학 없는 테크놀로지, 인간 없는 문명 - 새드개그맨님 IPTV에 관한 팟캐스트를 듣고
Tracked from 민노씨.네 2008/01/14 13:17 삭제우울한 어조로, IPTV가 가져올 '근미래'의 풍경에 대해 새드개그맨님께서 이야기한다. IPTV는 통신, 문화 시장의 지진을 불러올 것인가? (08.01.04)이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떠오른 글이 있다. 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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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엮어두고 싶어서..
부족한 글이지만 트랙백 쏩니다. : )
민노씨님 반갑습니다. 걸어주신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기술의 발전궤적과 그것의 영향을 보면, 민노씨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 권력이 써놓은 각본"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 혹은 "기술이 어떤 권력관계에 놓여 있는가"를 검토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속성을 바로 "정치성"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 있어, IPTV에 대한 혹은 미디어에 대한 해당 글은 주장하는 바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블로그에는 흔치 않은 트랙백이 하나 걸리니, 매우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