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vid Weinberger, 2002, Small Pieces Loosely Joined: A Unified Theory Of The Web, Perseus Publishing.
2002년에 미국에서 출판되고, 이듬해에 한국어로 출간된 인터넷을 다루는 책을 2008년을 눈앞에 둔 지금의 시점에서 읽는다는 부질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인터넷의 세계는 무척이나 변화가 빠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출판된 지 4년이 다 되어가는 책이 지금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책의 기본적인 방향은 세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인정받는 인터넷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그것이 출현함으로써 변화된 세상의 내용을 공간, 시간, 완벽성, 집단, 지식, 물질의 여러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대체로 지금은 많은 사람이 잘 아는 것들이다. 4년밖에 안 된 책이 이렇게 유용성을 잃는다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인터넷이 가진 엄청난 힘을 보여주는 셈이다.
인터넷의 속성
하지만, 이 책은 인터넷의 힘을 과장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는 매우 훌륭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인터넷의 기본적인 속성을 미묘하고, 복잡하고, 불완전하고, 불충분한 미정형의 그 어떤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물렁물렁해서 쉽게 다른 모양으로 변할 수 있는 변화무쌍한 존재로서 인터넷을 이야기하고 있고, 인터넷이 강력한 이유는 바로 이런 성격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이 지닌 강력한 힘의 기반은 "다양성"과 "자유"이고, 이것의 근원은 바로 "불완전성"이다. 즉, 저자는 "불완전함에서 다양성과 자유가 태어난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인터넷이 가져오는 효과를 복합적이고 다각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이 개인의 사교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사례를 모두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질적인 페르소나의 추가적 창조를 통해 복수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개인으로 발전하는 새로운 경향성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인터넷이 가진 불완전성은 이 책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2002년에 미국에서 출판되고 곧바로 한국어판이 출판되어, 이 둘의 시간적 차이가 매우 작았음에도, 책의 뒷부분에 달린 주석에서 "현재 이 사이트/홈페이지는 존재하지 않는다-옮긴이"라는 역자의 코멘트를 수도 없이 만날 수 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 사이에 수많은 사이트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인터넷 생태계라는 곳은 생성과 소멸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이 책 자체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마찰음
인터넷이라는 “공간 없는 장소”에서 적용되는 규칙이 처음부터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1997년에 있었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티켓마스터(Ticketmaster) 사이의 링크를 둘러싼 소송 사건[#1]을 소개하면서, 초기 인터넷에서 링크라는 것이 갖는 새로운 의미와 전통적인 시각이 어떻게 충돌했는지도 보여준다. 이것은 전적으로 인터넷이 제시하는 공간의 개념이 기존의 개념과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마찰음이다. 그러한 갈등을 저자는 “도큐먼트”와 “링크”의 개념 차이로 설명하고 있다. 즉, 인터넷도 여러 가지 역사적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했다는 의미이다.
잘못된 제목
이 책의 영문 제목은 “Small Pieces Loosely Joined”이다. 번역하자면 “느슨하게 결합한 작은 조각들”이 된다. 사실 이 제목은 매우 중요하다. 이 제목이 저자가 생각하는 인터넷의 개념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저자가 보기에 인터넷이라는 것은 페이지들이 느슨하게 연결된 것일 뿐이다. 그것에는 링크라고 불리는 매우 간단한 규칙만 적용되면 그만이다. 사실, 이것이 바로 웹의 본질이다. 인터넷이 대단한 이유는 그 어떤 고차원적인 무언가가 인터넷의 핵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링크라는 간단한 규칙이 무한으로 확장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를 시간, 공간, 지식, 물질 등등의 차원으로 설명하고자 했던 것이 이 책의 기본적인 의도이다. 하지만, 전혀 알 수 없는 이유로 책 제목이 이상하게 변해버렸고, 그로 말미암아 저자의 핵심적인 생각을 오히려 방해하는 결과만 가져오고 말았다.
물론 이 책은 인터넷이 휴머니즘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분명히 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 그러한 정치적 혹은 이념적 지향성을 사전에 계획하고 만들어진 것이 절대 아니다. 여기서 휴머니즘은 인터넷의 효과로서 이해되어야지, 그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제대로 된 이해를 얻을 수 없고, 그것은 오히려 저자의 생각과 배치된다.
평가
웹2.0이든, 시멘틱 웹이든 간에 뭔가 변화하고 있다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지만, 사실 크게 변한 것을 없다. 과거의 웹이든 지금의 웹이든 지향하는 점은 여전히 유사하다. 다만, 과거보다 지향하는 곳에 조금 더 가까이 갔을 뿐이다. 그래서 현재의 인터넷 생태계가 어떤 모습으로 운영되는지를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대부분 이미 아는 내용일 것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이 안 읽는 것보다 유용하기는 하겠지만, 이왕이면 이 책을 읽을 시간에 다른 최신의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물론 웹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간단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전제를 만족하고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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