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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기술과 사회 (STS) 2007/02/21 10:13

    생명공학, 의학 분야에서 과학부정행위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

    과학부정행위는 일반적으로 생명공학이나 임상의학 분야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빈번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과학부정행위는 이 분야에서 일어나고, 이 분야가 아닌 곳에서 발생하는 부정행위가 오히려 극히 예외적인 것으로 취급된다. 그렇다면 왜 하필 생명공학과 임상의학 분야에서 부정행위가 주로 발생하는 것인가?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을 잘 정리한 글이 있어 이곳에 소개해본다. 내가 번역한 이 글은 아래에 소개하는 논문의 4페이지에 있는 박스기사이다.

    Martina Franzen, Simone Rodder & Peter Weingart (2007) "Fraud: causes and culprits as perceived by science and the media, EMBO reports, Vol. 8, No. 1, pp.3-7. [원문보기 ]

    사실 생명공학과 임상의학 분야에서 부정행위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를 짐작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실험 재현의 어려움, 치열한 경쟁, 과도한 사회적 관심, 지나치게 세분화된 분업 시스템, 상업자본의 압력(펀딩), 논문 중심의 평가 시스템 등등의 이유 때문이다. 다른 분야들도 이와 같은 문제들이 있지만, 생명공학과 임상의학 분야에서 이것이 특히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단에 제시된 참고문헌을 더 살펴보길 바란다. 대괄호 속의 글은 역자가 추가한 것이다.

    번역 : 나무늘보


    부정행위를 부추기는 생의학(biomedical) 연구의 속성

    생의학 분야에서, 보통 동료평가(peer review)로 이루어지는 연구에 대한 면밀한 조사는 생물학적인 실험대상이 갖는 특수성 때문에 매우 복잡하다. 특별한 세포 배양처럼 동일한 실험재료를 얻지 않고 다른 연구 그룹에 의해 얻어진 결과를 복제하기란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더 일반적으로, 생의학 연구는 실험조건과 연구자의 솜씨(skill)에 크게 의존한다. 그러므로 하나의 실험실에서 발전하고 정제된 기술과 방법들은 다른 곳에서 적용되기 어렵다. 실제로, 개인적인 실험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조차 기대하기 어렵고, 따라서 "속이려고 드는 생물학자를 위한 명백한 보호막을 제공해줄 수도 있다"(Goodstein, 2002). 실험결과에 대한 논문들은 그것이 기반을 둔 세세한 방법론보다는 오히려 주장의 일관성(consistency)으로 심사받는다. 실험 전체나 혹은 그 일부분의 재현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시간, 자원, 그리고 독창성에 대한 압력으로 [그것을 재현하는 것은] 동료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가질 수 없다. "요리사가 잘못된 조리법을 설명함으로써 명성을 얻을 수는 없는 법이다"(Broad & Wade, 1982).

    생의학 관련 연구에서는 게놈 프로젝트의 염기서열분석(sequencing) 센터처럼 [작은 분야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잘게 구획된(compartmentalized) 거대 연구소들이 점차 출현하고 있다. 이것은 효율성을 높여주지만, 저자가 20명도 넘는 자료들과 출판물들의 대량 생산은 충실한(integrity) 연구의 책임을 희석시킨다. 덧붙여, 부정한 자료를 포함하는 논문의 공동저자들은 보통 그것을 (당혹스러움 이상으로)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는다(Wormer, 2006).

    생의학 연구는 점차 통(inter)-학제적이고, 초(trans)-학제적인 속성을 갖게 되었다. 다(multi)-학제적인 팀에서 일하는 환경에서는 동료가 한 작업의 질을 [제대로] 평가하기 더 어렵다. 평가의 기준이 여러 학제를 사이에서 항상 공유되는 것은 아니며, 공동의 규제는 복잡해진다.
     
    생의학 분야의 연구는 모든 사람이 '최첨단(cutting edge)'이 어딘지 알고 있을 만큼 경쟁이 매우 치열한 분야이다. 남들보다 먼저 출판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이 연구를 짓누른다. "작업은 [남들에게] 추격당할(scooped)[#1]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대량으로 급조되어야만 한다"(Lawrence, 2003). 지식으로 경쟁하는 기업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내 희소한 자원을 둘러싼 격렬한 경쟁으로 변하고 만다. 남들보다 앞서 나가도록 과학자 개인은 "상당한(substantial) 자원을 투자하고 […] 기회비용의 상당한 손실을 가져온다"(Martinson et al, 2006).

    생의학 분야의 연구에서 공적 혹은 사적으로 연구지원을 받으려는 노력은 다른 대부분의 연구분야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얽혀있다. 과학적 결과들은 재정적인 이해에 부응해야 한다. 특히 관련된 지적재산권이 큰 상업적 가치를 갖고 있다면, 소유권(ownership)과 관련한 주제는 격렬한 논쟁을 낳는다. 의학분야에서 자주 인용되는 연구들의 상당수가 기업들의 지원을 받았다. "임상연구들은 기업의 상품 판매를 촉진할 목적으로 실시된다. 이런 관점에서, 대학은 임상연구 주제에 대한 실제적인 통제권을 잃어버린 셈이다"(Patsopoulos et al, 2006).

    황우석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또 다른 압력은 사회적인(societal) 기대감에서 나온다.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과학자로 하여금 잠재적인 부정적 효과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한다(Mayntz, 1999). 기초연구에서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은 대중적인 관심을 끌고, 재정적인 지원도 받을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이다. 대다수의 생의학 연구들이 기초연구임에도, 결과들은 종종 임상에 응용될 가능성과 연결된다.

    더 일반적인 현상은 근대 과학에 만연한 '출판이냐 사멸이냐(publish or perish)' 식의 사고방식이다. 출판물의 숫자와 출판한 저널의 임팩트 팩터가 연구자의 경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과들은 소시지(salami)처럼 얇게 쪼개지고, 더 많은 논문을 만들어내려고 서로 다른 저널에 투고된다"(Lawrence, 2003). 이런 '출판할 수 있는 최소 단위들'은 지난 20년간 과학 출판물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가장 생산력이 풍부한 분야인 의학 연구와 기초 생물학 분야를 포함하면,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새로운 출판물의 숫자는 세계적으로 5% 증가하였다(Observatoire des Sciences et des Techniques, 2006). 이러한 증가세는 출판물과 인용 점수에 기반을 둔 평가 지표에 의해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것은 또한 세계적 수준(top-tier)의 저널에 발표해야 한다는 강한 압력도 유발시켰다. 사이언스나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되었고, [뛰어난] 과학적 업적을 이루었다는 상징이 되었다. "좀 더 많이 읽힐 수 있는 곳에 출판되어야 한다는 합리적인 이유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과학에 대한 우선권(priority)을 저널에 넘겨주게 되면, 그것은 우리 자신을 속물(philistines)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Lawrence, 2003). 사이언스는 매년 12,000개의 논문을 받고, 그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그 중 채택되는 것은 8%에도 미치지 못한다(McCook, 2006). 편집자의 관심을 끄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자, 과학자들은 결과를 과장하려고 생각한다. 영향력이 큰 저널에 쇄도하는 엄청난 논문들은 평가자들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가져오며, 동료평가(peer review)의 질을 하락시킨다.

    영향력이 큰 저널에 논문을 출판하는 것은 과학자 공동체와 일반 대중들 모두의 관심을 얻는 단지 첫 번째 단계일 뿐이다. 대중매체에서 과학을 담당하는 언론인들은 대부분의 이야깃거리를 전적으로 선도 저널에 의존한다(Pahl, 1998). 과학 연구소(institutions), 과학자 개인, 그리고 심지어 과학 저널도 오늘날의 "평판에 미친(crazy for publicity)" 상황에 동참하고 있다(Lawrence, 2003). 공공 영역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연구 지원을 받으려면 동료가 그 정당성을 인정해주는 전통적인 것 이외에도 사회적 책임도 만족시켜야 한다. 대중매체에 알려지는 것은 그런 연구 지출을 정당화하고, 그러므로 대학들과 연구지원 단체들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참고문헌[#2]

    • Broad W.J., Wade N. (1982) Betrayers of the Truth: Fraud and Deceit in the Halls of Science. New York, NY, USA: Simon and Schuster. [국역 #1] 배신의 과학자들, 박익수 역, 1989, 겸지사. [국역 #2]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김동광 역, 2007, 미래M&B.
    • Goodstein D. (2002) "Conduct and Misconduct in Science". [원문보기 ]
    • Lawrence P. A. (2003) "The politics of publication", Nature 422: 259–261. [원문보기 ]
    • Martinson B.C., Anderson M.S., Crain A.L., and De Vries R. (2006) "Scientists’ perceptions of organizational justice and self-reported misbehaviors", Journal of  Empirical Research of  Human Research Ethics 1: 51–66. [원문보기 ]
    • Mayntz R. (1999) Betrug in der Wissenschaft: Randerscheinung oder wachsendes Problem? Working Paper 99/4. Köln, Germany: Max-Planck-Institut für Gesellschaftsforschung.
    • McCook A (2006) "Is peer review broken?", The Scientist 20: 26–34.
    • Observatoire des Sciences et des Techniques (2006) Key Figures on Science and Technology, Paris, France: Economica.
    • Pahl C. (1998) Die Bedeutung von Wissenschaftsjournalen für die Themenauswahl in den Wissenschaftsressorts deutscher Zeitungen am Beispiel medizinischer Themen, Rundfunk Fernsehen 46: 243–253.
    • Patsopoulos N.A., Ioannidis J.P., and Analatos A. A. (2006) Origin and funding of the most frequently cited papers in medicine: database analysis, BMJ 332(7549): 1061–1064. [원문보기 ]
    • Wormer H (2006) Mitgeschrieben, mitgefangen? Erfahrungen und Fortschritte im Umgang mit ‘Phantom-Autoren’ in Naturwissenschaft und Medizin in Deutschland. Information Wissenschaft Praxis 57: 99–102.

    1.내가 먼저 연구를 시작했으나, 다른 경쟁자가 해당 연구에 대한 논문을 먼저 출판하여 자기 연구의 독창성을 잃어버리게 된 상황을 가리켜 흔히 '스쿱(scoop)당했다'고 표현하며, 연구자들은 이 상황을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2.역자는 독일어와 프랑스어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가능한 영어문헌만 원문링크를 추가하였다.

    Happysloth
    2007/02/21 10:13 2007/02/2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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