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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 대중문화 / 예술 2007/02/15 15:18

    인체 시장 (Body Bazaar) - 로리 앤드류스, 도로시 넬킨 (2006)

    사용자 삽입 이미지
    로리 앤드류스, 도로시 넬킨, 2006, 인체 시장, 김명진, 김병수 역, 궁리.

    Lori Andrews, Dorothy Nelkin, 2001, Body Bazaar : The Market For Human Tissue In The Biotechnology Age, Crown Publishing Group, Incorporated.



    사람의 몸을 사고 파는 시장이라니, 제목부터 섬뜩하다. 게다가 표시 사진은 그 섬뜩한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사람의 몸이 시장에서 사고팔리는 상품으로 전락한 현실을 비판하고자 한다. 최근들이 이런 일이 새로운 것은 아닐 것이나, 저자들은 지금 현실의 극한을 보여주고 있고, 이것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한다. 현실의 어두운 면을 널리 알리려는 목적을 지닌 책들이 종종 저지르는 실수는 현실을 과장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보통 기자들이 쓴 책에서 많이 발견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도로시 넬킨이 이 분야에서 높은 명성을 지닌 학자라서 그런지, 이 책은 철저하게 사실에만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더 현실감이 있다.

    불편한 진실

    하지만, 내용은 참으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과학연구라는 핑계로 환자들의 세포 조직과 DNA를 마구 가져가고 심지어 그것으로 큰돈을 버는 사람들, 정부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생명공학 연구의 성과로 얻어진 DNA에 특허를 걸어버리는 사람들, 가족의 동의 없이 시체의 장기를 떼어가는 사람들, 사용 목적의 고지 없이 체취해가는 DNA들, 생명공학의 발달로 다시 부활하는 인종주의와 골상학의 후계자들, 등등 이 책에서는 끔찍한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불편했다. 이것이 현실인 줄 알면서도 화가 나서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DNA에 대한 연구 성과로 인해 우리의 삶은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것에는 물론 긍정적인 것도 있다. CSI라는 드라마를 보면, DNA라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치운다. 그것만 있으면 어떠한 범인이라도 다 검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분명 DNA 분석 기술은 우리에게 커다란 혜택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오류 가능성이 큰 기술이라는 사실은 종종 무시될 뿐만 아니라, 그것은 개인이 사생활(privacy)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내 유전정보를 보험회사가 갖게 된다면 보험회사는 특정 질병에 대한 보험가입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혹시라도 가족 중에 암으로 죽은 사람이 있다면 그 후손들은 더 많은 의료보험비를 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말이다. 게다가 이것이 인종문제와 결합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고 복잡해진다. 이런 문제는 상상에 맡겨도 충분할 것이다. 책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실제 있었던 일들이 소개되어 있다.

    원칙을 지켜라!

    나는 과학기술에 매우 호의적인 사람은 아닐지라도 과학기술에 충분히 호의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범죄수사나 미아찾기에 DNA 분석 기술이 사용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그리고 사람의 유전정보를 이용하는 과학연구도 찬성한다.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생명공학의 상업화 역시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서는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그것이 진정한 원칙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절차는 바로 "인지된 동의(Informed Consent)"이다. 이것이 없이 행해진 모든 것을 다 범죄일 뿐이다. 황우석은 연구를 위해서 여성들의 난자를 채취했다. 하지만 그는 동의 없이 채취했거나, 구체적인 개수를 명시하지 않아 지나치게 많이 채취했거나, 이것으로 말미암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알려주지 않았다. informed consent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범죄자다. 수많은 의사가 자기들이 처방한 약의 결과를 제약회사에 보고한다. 그리고는 제약회사로부터 사례를 받는다. 대다수의 환자는 자기의 의료정보가 제약회사로 넘어간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동의를 받지 않는 이런 일은 모두 잘못된 일이다. 나는 저런 의사들은 모두 범죄자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책에는 이보다 더 심한 사례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그것들 대다수가 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이루어지는 것들이다. 하지만 정작 법원은 그것들을 과학연구와 공공의 이익이라는 미명하에 모두 합법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신체의 재산권

    이 책에서도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문제인데, 신체에 과연 재산권을 부여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미국의 법원에서는 지금까지 한결같이 신체의 재산권을 부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을 인정했을 경우 발생할 문제를 생각해보니 그 결정이 이해될 뿐만 아니라, 재산권을 부여하지 않은 지금의 결정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그것과 어긋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이 책의 시작부분에 등장하는 존 무어의 사례를 이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존 무어 씨의 피에는 독특한 물질이 있었고, 의사가 그것에 특허까지 받아내 큰돈을 벌고 있었다. 물론 당사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 경우 존 무어 씨는 자신의 신체 일부분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어서 의사는 법적 책임이 없다. 단지 절차상의 사소한 문제만 있을 뿐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재산권의 문제라기보다는 사전에 인지된 동의를 받았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내용을 미리 말했다면 누가 동의를 해주겠는가?

    인간과 자본주의

    사실 정말로 근본적인 문제는 DNA로 대표되는 생명을 다루는 일을 큰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화를 막는 방법은 없다. 무엇을 상품으로 하고 어떤 것을 상품으로 하면 안되는가를 결정하는 것 역시 시장에 달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DNA가 상품이 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자본주의는 참으로 인간의 존엄성과는 맞지 않는 제도이다. 생명은 모두 고귀하다고 하면서 어떤 생명에는 비싼 가격을 어떤 생명에는 낮은 가격을 매기니 말이다.

    예전에 읽은 책 중에 랭던 위너(Langdon Winner)가 쓴 <자율적 테크놀로지와 정치철학>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다.

    "하느님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신 하나의 심장은, 심장이식수술이 발명된 이후 이제 상품이 되었다."

    ##

    이 책의 번역자인 김명진과 김병수는 모두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사람들일 뿐만 아니라, 번역의 경험도 많아서 그런지 번역의 질은 괜찮은 편이다. 또 이 책에는 각주가 무진장 많이 달렸다. 그래서 각주가 모두 책의 끝 부분에 모여 있다. 만약 책 본문 중에 있었더라면 번잡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각주들을 가만히 보면 재미있는 것이 있다. 각주의 대부분이 인용의 출처를 밝힌 것인데, (사실 그래서 본문 중에 넣을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지나치게 세세하다는 점이다. 언론기사나 저술을 인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의 논평, 코멘트, 독특한 표현 등등을 인용하면서 모두 그 출처를 밝혀 놓았다. 심지어 저자가 언제 어디서 직접 목격하였다는 표현도 나온다. 이런 것들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은 당연하고, 이렇게 하려면 평소에 꼼꼼하게 메모를 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저자들의 세심함을 배울 수 있는 부분이다. 나도 평소에 인용할만한 것들을 만나면 표시해두고 있지만 앞으로 좀 더 편리한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 단순히 표시만 해두는 것은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Happysloth
    2007/02/15 15:18 2007/02/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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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 Trackback   2 Comments   Tags : Body Bazaar, Dorothy Nelkin, Lori Andrews, 궁리, 김명진, 김병수, 도로시 넬킨, 로리 앤드류스, 인체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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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찬 블로그라 늘 구경 잘 하고 있습니다. 늘 재산적 '가치'로서 인간을 보는 시각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자본주의에는 성역이 없나 봅니다. 허허.

      Fernweh
      2007/02/19 0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알찬 블로그라 평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인간을 재화로 바라보는 시각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이 책은 꼭 읽어보셔야 할 책입니다. 또한 도로시 넬킨이라는 학자의 다른 저술도 추천해 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Happysloth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7/02/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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