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블로그에 손을 대지 못했다. 그동안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니, 블로그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역시 블로그는 나에게 사치스러운 것이었던가? 아무튼 그래도 간만에 우리 딸, 김민선 양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민선이는 이제 약 30개월이 다 되어간다. 이제는 말을 하는 수준이 아니라, 시끄러울 정도로 말을 잘한다. 게다가 이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다 그렇듯이, 고집도 세서 절대로 자기주장을 굽히는 일이 없다. 그래서 나랑 말싸움을 자주 하곤 한다. 말싸움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그냥 무조건 아니라고 우기고 보는 일이 태반이다. 가끔은 나도 귀찮아서 그냥 "그렇다"라고 맞장구 쳐주는 일도 있다.
오늘은 어린 아이들이 사용하는 말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린 아이들이 어른들의 말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100% 그대로 복사하지는 않는다. 자기 나름의 원칙과 원리를 만들어가면서 언어를 구사한다. 물론 그 원칙과 원리가 우리의 일반 상식과는 많이 달라서 가끔 튀어 나오는 아이들의 놀라운 표현과 기발한 상상력 혹은 어이없는 표현들이 깜짝 놀라곤 하는 것이다.
민선이와의 대화에서 몇 가지 기억나는 것을 소개해 본다.
사례 #1
사례 #2
사례 #3
사례 #4
사례 #5
사례 #6
사례 #7
사례 #8
사례 #9
사실 이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더 재밌는 상황과 표현이 있었지만 막상 글로 정리하려는 잘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아름다움과 그 풍부한 상상력에 대한 책이 하나 있다, 사실 나도 아직 완독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읽은 부분들만 생각해봐도 참 재미난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목은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이고 저자는 코르네이 추곱스키라는 러시아 사람이다. 게다가 이 책은 아주 오래전에 씌여진 책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 어린이들의 말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 하지만 지금 읽어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많다.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에 감동하기도 하지만, "미운 세 살"이라는 말이 암시해주듯이 사람을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화해할 수 없는 두 상황의 사이에서 울고 웃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사랑스럽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오늘은 민선이랑 뭐하고 놀까?
이 글과 관련된 글민선이는 이제 약 30개월이 다 되어간다. 이제는 말을 하는 수준이 아니라, 시끄러울 정도로 말을 잘한다. 게다가 이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다 그렇듯이, 고집도 세서 절대로 자기주장을 굽히는 일이 없다. 그래서 나랑 말싸움을 자주 하곤 한다. 말싸움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그냥 무조건 아니라고 우기고 보는 일이 태반이다. 가끔은 나도 귀찮아서 그냥 "그렇다"라고 맞장구 쳐주는 일도 있다.
오늘은 어린 아이들이 사용하는 말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린 아이들이 어른들의 말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100% 그대로 복사하지는 않는다. 자기 나름의 원칙과 원리를 만들어가면서 언어를 구사한다. 물론 그 원칙과 원리가 우리의 일반 상식과는 많이 달라서 가끔 튀어 나오는 아이들의 놀라운 표현과 기발한 상상력 혹은 어이없는 표현들이 깜짝 놀라곤 하는 것이다.
민선이와의 대화에서 몇 가지 기억나는 것을 소개해 본다.
사례 #1
아빠 : 민선이 오늘 머리 누가 묶어줬어?여기서 "이가"라는 표현은 주격조사를 잘못 구사한 것이다. 이 표현은 수많은 어린이에게서 발견되는 현상이다. 이것의 이유는 아이들이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주격조사면 주격조사지 어떤 경우는 "이"가 또 어떨 때는 "가"가 사용되는 이런 상황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아예 이 둘 모두를 다 써버리는 현상이다. 이런 것은 영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에게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영어에서 be 동사가 이와 유사하다. 어떤 경우는 am이 어떤 경우는 is가 사용된다. 그래서 아이들은 모두 is로 통일해버려 "I is"라는 표현을 간혹 사용한다고 한다.
민선 : 선생님이가.
사례 #2
아빠 : 민선아 아빠가 사탕 줄까?"좋겠다"가 아니라 "좋아라"가 맞는 표현이지만, 민선이는 남 이야기하듯이 "좋겠다"라고 말한다. "좋다"라는 단어의 의미는 이해하고 있지만 아직 동사의 주체에 대한 개념이 성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민선 : 아이~ 좋겠다.
사례 #3
엄마 : (민선이를 안고 있다.) 민선아 엄마 무거워.여기서 차갑다는 말은 춥다고 말한 것이다. "춥다"를 "차갑다"라고 말한 것도 우스운 표현이지만, 무엇보다도 "도"라는 조사를 사용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도"라는 조사가 갖고 있는 의미를 아는 듯하지만, 두 문장이 댓구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 대화를 듣고 나는 한참을 웃었다.
민선 : 나도 차가워.
사례 #4
엄마 : 엄마가 사준 옷 좋아?대화를 보면 알겠지만 참 어이없는 대화다. 엄마가 사준 옷을 엄마한테 자랑하고 있다. 자기가 가진 것을 남에게 자랑하는 행위를 제대로 알고 있기는 하지만, 누구에게 자랑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듯하다. 민선이는 자랑할 거리를 모든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은 모양인가 보다.
민선 : 이거 엄마가 사줬다. (자랑하는 어투)
사례 #5
엄마 : 이 고양이 옷 누가 사줬어?여기서 민선이가 말한 "똑같네"를 이해하는데 한참 걸렸다. 그 의미는 고양이 그림이 있는 옷과 장화가 똑같다는 것이 아니라, 이 둘 다 모두 선물 받은 것이라는 뜻이다. 둘 다 선물이라는 점이 똑같은 것이다. 그래서 민선이는 그것을 똑같다고 표현했다. 민선이는 선물과 생일잔치를 좋아한다. 지금까지 한 민선이 생일잔치를 나이로 환산하면 아마도 벌써 환갑은 넘었을 거다. 아무튼, 민선이는 같다는 개념을 이해하고는 있지만 어떤 속성이 같은 것인지에 대해 자기만의 원리가 있는 것 같다. 다만, 그것이 일반 상식과 다르니 저 표현이 비논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민선 : 이거 할머니가 사줬다.
엄마 : 이 예쁜 장화는 누가 사줬어?
민선 : 이거 이모가 사줬다. 똑같네.
사례 #6
아빠 : 민선이 무슨 꿈 꿨어?
민선 : 빨간색.
아빠 : 민선이 오늘 뭐 하고 놀 거야?민선이는 빨간 색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대답이 다 빨간색이다. 사실 첫 번째 대답은 그렇게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빨간 꿈을 꿨다는데 무슨 설명이 필요할 것인가? 그런데 두 번째 빨간색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마도 민선이는 자기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질문에는 전부 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 혹은 그냥 떠오르는 것을 말해버리지 않나 짐작해본다.
민선 : 빨간색.
사례 #7
아빠 : 민선이 오늘 친구들하고 뭐하고 놀 거야?놀이방에서 민선이와 생일이 비슷한 친구가 태견이다. 그래서 그런지 둘은 매일 싸우기도 하지만 친한 친구이다. 민선이는 이 질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친구"라는 단어는 정확하게 인식했다. 그래서 이 질문을 "무엇"이 아니라 "누구"라고 이해했다. 아직까지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인지하기란 쉽지 않은 모양인가보다. 사실 어른들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어린이들이 좀 틀린 것이야 문젯거리도 되지 않는다.
민선 : 태견이.
사례 #8
아빠 : 민선이 얼만 큼 좋아?사실 이 대화는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민선이의 "이만큼"이란 대답에서는 아무런 손동작도 없이 그냥 말로만 한 것이다. 보통 아이들은 자기 두 팔로 가장 크게 원을 그리면서 "이만큼"이라고 아주 많은 양을 표현하려고 한다. 하지만 민선이는 그냥 말로만 "이만큼" 해버리고는 그것이 많은 양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민선이는 이 표현을 구체적인 양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민선 : 이만큼!
사례 #9
아빠 : 민선이 오늘 사탕 몇 개 먹었어?민선이는 숫자를 셀 때 꼭 "넷"을 빼먹는다. 여섯, 일곱도 잘 세는데 희한하게 꼭 "넷"만 빼놓고 숫자를 센다. 여러 번 가르쳐줬는데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게다가 아직 단위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개"라는 단위를 잘 붙이다가 결론은 "마리"다. 사탕 여섯 마리를 먹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간혹 튀어나오는 이런 표현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민선 : 한 개, 두 개, 세 개, 다섯, 여섯 마리.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에 감동하기도 하지만, "미운 세 살"이라는 말이 암시해주듯이 사람을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화해할 수 없는 두 상황의 사이에서 울고 웃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사랑스럽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오늘은 민선이랑 뭐하고 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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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웃으면서 찬찬히 생각해보니 저도 외국어로 말할 때는 저런 수준의 문법 실수를 저지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언어란건 다른 지식들과는 다르게 오랜 시간을 들여 경험을 쌓아야 제대로 구사가 가능한거겠죠
Laputian님 반갑습니다. 그렇군요.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에 유사한 점들이 있을 듯 합니다. 확실히 언어라는 것은 단순히 많이 안다고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경험과 숙련, 그리고 관계를 체화해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