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vid Gelernter, 1998, Machine Beauty, Basic Books.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제목 그대로다. "기계가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 아름다움이야말로 technology의 본질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기계와 컴퓨터를 주된 장난감으로 삼는, 상대적으로 젊은 남성들은 이 책의 내용에 많은 공감을 할 것이다. 게다가 자기 자신을 geek, guru, early adopter .....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내용에 열광할지도 모르겠다.
기계, 기술, 특히 컴퓨터와 같은 첨단 기술들은 대단히 성공적이다. 그리고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그것은 아름답다. 왜냐하면 단순하면서도 강력하기 때문이다. 단순하다는 것은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전혀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고, 강력하다는 것은 그것의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래서 기술이 아름답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그러한 것의 사례 중 첫째로 꼽는 것이 바로 애플 컴퓨터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단순히 디자인이 아름다운 기계를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아름다운 것이며(바로 machine beauty! 이 책 제목이다), 아름답지 않은 기술은 잘못된 것이고, 실패한 기술들은 그것이 아름다움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저자가 추가로 제시하고 있는 아름다운 기술, 기계는 윈도우 프로그램(MS의 제품이 아니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마우스, 알골60, 튜링머신과 같은 것들이다. 이 분야에 대해 대충 아는 사람은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컴퓨터 분야만 한정해서 그렇지 저자는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도 아름다운 기계라고 말하고 있다.
기계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점은 공돌이 출신으로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다. 나도 가끔 괜찮은 프로그래밍 알고리즘을 만나면 그것에 대해 아름답다고 느끼기도 한다. 또한 저자가 예시로 제시하고 있듯이, 현대 물리학, 특히 초끈이론과 같은 분야는 이론의 미학적인 요인을 매우 중요시한다. 자연이 대칭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확실히 미학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기계가 본질적으로 아름다운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것은 기계중심의 물질문명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바로 이 시대에서나 일어나는 현상이다. 저자가 아름답다고 말한 대상들이 아름다운 것으로 인식된 지는 대략 10년 내외, 아무리 많이 양보해도 그것들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는 기껏해야 몇 년 되지 않는다. 1960년대에 튜링머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다시 말해 엔지니어의 시대가 도래하고 나서 그런 마인드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고, 그것이 최근 critical mass를 넘어섰다고 보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본질"의 수준으로 가져가는 것은 저자의 무리한 욕심이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겔런터는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을 뻔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저자는 "유너바머"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폭탄테러범의 피해자였다. 이 책을 보면, 왜 이 사람이 유너바머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 한편으로 이해가 되는 듯하다. 또한 책의 초반부에 기술의 사회적 형성론에 대한 비판을 빼놓지 않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쪽은 제대로 공부를 안 한 듯 하다. 그는 기술의 사회적 형성론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극단적인 상대주의의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을 혼동한 듯하며, 심지어는 기술의 사회적 형성론자들을 마치 "상대성이론이 틀렸다"라고 주장하는 어이없는 사람이나, "영구기관을 만들었다"라고 주장하는 사기꾼과 똑같은 사람들로 오해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기계가 갖는 아름다움에 대해 주장하는 저자에 공감한다. 나 자신도 그런 기계와 기술들을 좋아하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 중 하나임이 분명하니까. 하지만 세상에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 많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계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그것을 번거롭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고, 심지어는 그것이 나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바로 그렇기 때문이 기계의 아름다움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고 "본질"적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거기까지이다. 그걸로 충분한 책이다.
책은 쉽게 읽을 수 있다. 분량도 많지 않고, 어려운 내용도 없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며, 그래서도 안 되는 책이다. 그냥 반나절 정도 할 일이 없을 때 읽어보면 충분한 그런 책이다.
이 글과 같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 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 - R. 벅민스터 풀러 (2007) (0) | 2007/10/23 |
| • 인터넷 권력전쟁 - 잭 골드스미스(Jack Goldsmith), 팀 우(Tim Wu) (2006) (2) | 2008/04/30 |
| • 디지털 졸업장 공장 (Digital Diploma Mills) - 데이비드 F. 노블 (2006) (0) | 2007/06/05 |
| • 퀀트 : 물리와 금융에 대한 회고 - 이매뉴얼 더만 (2007) (0) | 2008/04/16 |
| • 리눅스* 그냥 재미로 : 우연한 혁명에 대한 이야기 - 리누스 토발즈, 데이비드 다이아몬드 (2001) (0) | 2007/01/05 |
이 글과 관련된 글
- 전화위복! - 경품 당첨으로 책 선물 받다.... (8) [관련 태그 : 해냄]
![]() |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South Korea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모든 블로그 광고는 영리활동입니다. |
|
|
Trackback url :: http://happysloth.net/trackback/53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