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환석 교수는 국내 과학기술학 분야를 처음 개척하는 어려운 일을 해냈지만, 학술활동보다는 오히려 사회운동의 분야에서 더 많은 활동을 수행하였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틈틈이 과학사회학에 관련된 여러 논문을 써왔는데, 이번에 그것을 하나의 책으로 묶어서 출판하였다. 그 책이 바로 "과학사회학의 쟁점들"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크게 4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것은 "(1)과학기술사회학의 이론적 흐름, (2)과학기술의 윤리와 민주화, (3)정보 기술의 쟁점, (4)생명공학의 쟁점"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과학기술학과 관련하여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분야들을 모두 담고 있다. (이론, 민주화, 윤리, IT, BT, 황우석까지) 따라서 이 책은 과학기술학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이 나침반으로 활용하기 좋은 책이다. 나도 이 책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이 "강의할 때 교재로 쓰기 딱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김환석 교수님이 쓴 책이나 번역한 책은 교재로 쓰기 좋은 것들이 많이 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상당 부분의 글들이 이미 읽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에서 뒤로 갈수록 흡입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학술적인 관점에서 이 책을 바라볼 때, 뒷부분으로 갈수록 학문적 긴장감이 요구되지 않는다. 그냥 평이하다고 할까? 하지만 이론을 다룬 1부는 꽤 중요하다. 국내에서 행위자-연결망 이론(ANT)을 소개하는 이것 이상의 글은 본 적이 없다. 김환석 교수가 스스로 사회구성주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국내에 이론들은 소개하였기에 국내에도 구성주의를 지지하는 학자들이 많이 있음에도, 그것에 대한 제대로 된 소갯글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아마도 김환석 교수의 이 글이 그나마 가장 훌륭한 것이다. 또, 부르디외의 과학사회학을 다룬 논문도 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글이다. 부르디외는 사회학자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학을 하는 많은 사람의 학문적 배경이 사회학이 아닌 경우가 많아 부르디외와 같은 학자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 하지만 김환석 교수는 사회학자라서 그런지 부르디외에 대한 좋은 글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론적 이야기를 하고 있는 1부를 넘어서면 그다음부터는 학술적인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다. 다른 이야기로 해서 읽기 쉽다는 것이고 평이하다는 것이며, 초심자들에게는 접근하기 쉬운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의 교재로 딱 맞는다. 김환석 교수는 오랫동안 이 분야를 연구해왔던 분이다. 이제는 외국의 이론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학문적 업적을 기대하고 싶다. 특히 이제는 외국의 이야기가 아닌, 한국의 과학기술학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김환석 교수가 구성주의를 중심으로 과학기술학을 한국에 소개하였다. 물론 그가 스스로 구성주의를 중요한 이론적 흐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영향을 받아 과학기술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중 일부는 과학의 사회적 구성주의가 "과학기술학의 공식적인 이론적 도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론은 매우 다양하지만 국내에서는 구성주의를 중심으로 과학기술학이 이해되었던 지난 과거의 폐해이다. 사회구성주의는 사회학의 이론적 흐름 중의 하나인데, 한국에서 과학기술학을 하는 사람 중에 사회학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매우 적다. 아무래도 그것이 문제인 듯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사회과학에 대한 공부가 더 많이 요구된다. 실제로 사회학에 대한 배경 없이 이 책을 잘못 읽게 되면, 부르디외를 구성주의자로 착각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과학기술학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필수적이다.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책은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책 뒤에 달린 참고문헌을 보고 열심히 달려야 한다. 이제 달려보자.
마지막으로, 이 책에 대한 다른 서평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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