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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절주절 / 혼자 떠들기 2008/01/23 16:55

    연못을 흐리는 미꾸라지는 과연 한 마리뿐인가?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을 흐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을 흐린다."라는 속담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이 속담은 올바른 추론과정을 담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 n 번째 미꾸라지의 존재를 감추는 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참 많다. 탈세하는 변호사들, 제약회사로부터 뒷돈 받는 의사들, 촌지 받는 교사들, 떡값 받는 검사들, 뇌물 받는 공무원들, 혹세무민하는 종교인들, 입만 열면 거짓말뿐인 정치인들, ...... 아무리 좋게 봐도 지금 이 세상은 사기꾼들이 득시글거리는 세상이다. 물 반 고기 반이 아니라, 사기꾼 반, 피해자 반인 세상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하는 소리가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을 흐린다."라고, "왜 나한테만 그러냐?"라고, "전부가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사람 하나만 나쁜 것"이라고 한다. 개인의 잘못으로 해야지 전체 집단으로 확대 해석하면 안 된다고 그런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꼭 외국에서 꼴불견을 보이는 한국인보고 "국제적 망신"이라고 한다. 왜 여기서는 한국사람 전체가 아니라 그 사람만 그런 거라고 말하지 않는지 신기하다.


    흙탕물은 미꾸라지 집단 서식지의 증거

    단지 한 마리의 미꾸라지 때문에 물이 흐려졌다고 항상 말하지만, 나는 그 사기꾼 혹은 그 집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의사들이 어떻게 하는지, 검사들의 일상이 어떠한지, 종교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이미 흙탕물이 된 연못뿐이다. 그런데 왜 내가 그 연못에는 미꾸라지가 딱 한 마리만 산다고 가정해야 하는가? 온통 흙탕물이 된 연못을 보고, 이곳을 미꾸라지 집단 서식지라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이곳에 진짜 몇 마리의 미꾸라지가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연못의 물을 다 퍼내 봐야 알 수 있다. 결국 미꾸라지 한 마라기 연못을 흐린다고 주장은 자신이 미꾸라지임을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수사일 뿐이다.


    관행은 미꾸라지들의 일상적 범죄

    "관행"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 그 의미가 무엇이었든 간에, 이제 이 단어는 범죄의 한 종류를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나는 관행이라는 단어를 "다수가 일상적으로 저지르지만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범죄의 한 유형"이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전체를 처벌하기 어렵다면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아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에 기대어 자신을 정당화하는 전략이 횡행한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닌데, 왜 나만 잡아가느냐는 논리이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미꾸라지가 한 마리가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한다.

    사회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규칙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죄를 지으면 처벌 받는다"라는 사실이다.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미꾸라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번성하게 된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흙탕물이 된다. 즉, 부조리는 미꾸라지 집단 번성을 위한 최적의 생태학적 조건이다.


    구분의 기준은 자율정화

    만약, 진짜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려놓은 연못이 있다면 이것을 어떻게 미꾸라지 집단 서식지 연못과 구별할 수 있을 것인가? 이때 좋은 판단의 기준이 바로 자율정화이다. 어떤 집단과 단체라도 자율정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자의 경우는 한 마리의 미꾸라지만 처리하면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자율정화의 방법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자율정화는 불가능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얼마 전 용산전자상가에서 바른 상거래 정착을 위해 '불법 소프트웨어 복제 자정결의대회'를 갖고  '청정상권'으로 거듭나겠다고 스스로 노력을 했다.[관련기사 ] 하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문제가 단지 미꾸라지 몇 마리에 의해 저질러지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는 자율정화의 수준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미꾸라지들의 협박

    그럼, 미꾸라지 집단 서식지로 전락한 연못은 어떻게 깨끗이 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왜냐하면 문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면, 미꾸라지들은 이미 연못의 생태학적 순환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수밖에 없어서 그들을 몽땅 제거하면 연못 전체의 생태학적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미꾸라지들은 정확히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미꾸라지들은 이 점을 지독하게 물고 늘어진다. 우리를 손대면 큰일이 벌어진다고 협박을 일삼는다. 이쯤 되면 이들은 잔챙이 미꾸라지가 아니라 거의 인질범 수준이 된다. 이런 미꾸라지들을 연못에서 소탕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장기적인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무관용(zero-tolerance) 정책

    "깨진 창문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그대로 내버려두게 되면, 이곳은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이로 말미암아 다른 유리창을 깨뜨리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어, 초기의 사소한 잘못된 유리창 관리 하나가 더 많은 범죄를 일으키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 이론은 소위 무관용 정책이라는 법률적 대응책의 이론적 근거가 된다. 범죄행위가 확산하는 것을 막으려면, 처음 유리창 하나가 깨졌을 때부터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무관용 정책이 목표하는 바이다. 삼진 아웃제의 도입, 더 강력한 처벌수준,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같은 것들이 무관용 정책의 예시로 볼 수 있다.

    사실, 이 무관용 정책은 문제점이 많다. 무작정 이런 정책을 도입하면 가뜩이나 법 앞에서 불리한 없는 사람들에게만 가혹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이 대중영합주의(populism)와 결합하면 결과가 매우 안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새끼 미꾸라지들이 월척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무관용 정책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지만, 이것이 갖는 장점을 어떻게 부분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도 고민해 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미꾸라지들을 때려잡기 위해서 말이다.


    그나저나, 이 글은 미꾸라지들에게 정치적으로 매우 올바르지 못한 글이라는 점에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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