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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저런 책 읽기 2006/07/05 11:30

    19세기 인터넷 텔레그래프 이야기 (The Victorian Internet) - 톰 스탠디지 (2001)


    톰 스탠디지(Tom Standage), 2001, 19세기 인터넷 텔레그래프 이야기, 조용철 역, 한울. 원제 : The Victorian Internet

    이 책은 전신에 대한 역사책이다. 전신이라고 하면, 전자기 현상을 응용하여 만든 과거의 통신기술로, 모르스 부호를 이용하여 뚜뚜~ 하는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다. 한때 이 통신기술은 전 세계에서 사용한 표준적인 통신매체였던 것이다.

    19세기에 이 기술이 만들어지고 확산되고 그리고 새롭고 더 혁신적인 다른 기술에 밀려나는 과정을 역사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 관점이 제법 독특하다. 참신하다고 해야 할까?

    이 책의 기본적인 관점은 19세기에 만들어져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던 전신이라는 기술이 당시 사회에 미친 영향은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인터넷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The Victorian Internet이다. 하지만 역자가 무슨 생각으로 저 따위 제목을 붙였는지는 모를 일이다. 오히려 원제목을 그대로 살렸으면 독자들의 호기심을 더 자극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알 수 있다.

    • 제1장 모든 네트워크의 어머니
    • 제2장 이상한, 그러나 격렬하게 솟구친 영감
    • 제3장 전기에 대한 회의
    • 제4장 감동적인 전기
    • 제5장 세계를 한 울타리 속에
    • 제6장 증기기관에 의한 메세지
    • 제7장 코드, 해커 그리고 속임
    • 제8장 전선을 통한 사랑
    • 제9장 지구촌의 전쟁과 평화
    • 제10장 정보의 범람
    • 제11장 쇠퇴와 추락
    • 제12장 텔레그래프의 유산
    책의 앞부분은 전신이라는 기술이 만들어지는 배경을 서술한 것이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5장부터 보면, 5장은 전신이라는 기술이 지금의 인터넷이 그러한 것처럼 전세계를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였음을 알려준다. 7장은 지금의 인터넷에서 보안과 프라이버시가 매우 중요한 이슈인 것처럼 전신이 주류였던 시대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당시 모르스 부호를 이용하여 전신을 보낼 줄 아는 전신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는데, 이들에 의해 정보가 남용되거나 중간에 사라지거나 혹은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지금이나 100년 전이나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온라인을 통한 사기나 해킹을 통한 범죄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신의 시대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경마의 마권이 중요한 도박의 대상이었는데, 그 결과가 먼 거리까지 전파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따라서 그 시간 차이를 전신을 이용해서 극복하여 남들보다 빨리 결과를 알아내어 승리한 마권을 사려는 경마 사기 사건이 당시에 발생한다. 사실 알고 보면 예나 지금이나 사기의 기본적인 원리는 별로 변한 것이 없나 보다.

    8장은 지금 인터넷 채팅이나 이메일을 이용한 혹은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의 사이버 연애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미 전신을 이용한 시대에도 그런 것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서로 멀리 떨어진 연인들이 어떻게 전신을 이용했는지, 그리고 전신수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전신이라는 것이 당시 커뮤니케이션에 미친 영향을 실로 막대하다. 지금의 인터넷이 세상을 바뀌어 놓았듯이. 저자는 이 이야기를 당시의 풍부한 사례로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핵심적인 메세지는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 다만 좀 더 빨라지고, 좀 더 광범위해지고, 좀 더 급진화되었다고 해야 할까?

    저자는 저널리스트이다. 그래서 글이 어렵지 않고 흥미를 유발한 만한 요소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재미있는 책이다. 다만, 저 번역본의 제목은 여전히 맘에 들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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