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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학 이야기 2006/08/04 13:16

    근대와 전근대의 충돌

    아래의 글은 출처는 다음과 같다. <이만열, 2003, 한국기독교의료사[#1], 아카넷, pp.232~233>

    이 대화의 원문 출처는 <J.W. Nolan, "Hospital Experience at Kangju", The Missionary, Oct., 1906, pp.461-462>라고 이만열은 위의 저서에서 밝히고 있다.

    이 글은 1906년 광주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금 보면, 매우 우스운 상황이지만 "근대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유용한 사례를 제시해 주고 있다.


    대개의 환자들은 엄살이 심해서 “다리에 쥐들이 뛰논다”, “배 안에 거북이 있다”, “살갖 안에 바람이 분다”면서 고통을 호소했다[#2]. 어느 여자 환자와 나눈 다음 대화는 당시 진료실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오고간 전형적인 대화의 예가 될 것이다.

    환자 : 안녕하옵시며 옥체만강하십니까?
    의사 : 전 건강합니다. 감사합니다. 약이 필요해서 오셨습니까?
    환자 : 예, 의사로서의 당신의 명성이 온 사방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백 리 길을 걸어왔습니다.
    의사 :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환자 : 누구, 저 말입니까?
    의사 : 예,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환자 : 오, 나는 고종 폐하 2년(1865년) 4월 10일에 태어났습지요.
    의사 :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지만, 저는 이해할 수가 없군요. 우리 사이에는 아무런 악감정이 없으니, 나이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환자 : 소새끼! 마흔 살 먹었소.

    이때에 의사는 한숨을 내쉬고 이마에서 땀을 훔친 후 질문을 계속했다.

    의사 : 어디에 사십니까?
    환자 : 아무라도 제 사는 데를 말해 줄 수 있을 겁니다. 큰길을 따라 가다가 큰 절이 나오면 왼쪽으로 길을 바꾸어 조금 가면 제 집이 나옵니다.
    의사 : 제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아직 이곳에 산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모든 사람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살고 계시는 마을을 말씀해 주십시오.
    환자 : 나는 ○○리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약이나 좀 주십시오.
    의사 : 조금만 더 참으시고, 가능하면 침이 튀지 않게, 언제부터 어떻게 아프셨는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환자 : 제 남편의 아저씨에게 아들이 1명 있는데 김씨로 장가는 갔었죠.
    의사 : 그가 1,000명의 아들의 가졌든 그건 상관없습니다. 제 질문에만 답해 주십시오.
    환자 : 김씨는 내 조카와 결혼했고, 그리고 ......
    의사 : 당신의 족보를 읽는 게 낫겠군요. 뭔가 병에 대해 알아야 약을 주지 않겠습니까?
    환자 : 아닙니다. 이제 시작이니 끝까지 들어보십시오. 김씨가 내 조카인 그의 여편네를 때렸어요. 내가 끼어들었더니, 글쎄 담뱃재로 나를 때리지 않겠어요. 그래서 심한 멍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다. 이 대화에 등장하는 놀런 의사는 결국 이 환자에게 바르는 약을 주었다고 한다.

    영어된 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니 더 우스꽝스럽게 되고 말았지만, 실제 상황도 매우 코믹하게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존재하는 인식의 차이가 바로 근대적인 세계관과 전근대적인 세계관의 차이이다. 이 둘의 충돌이 저런 우스운 상황은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근대적인 것과 전근대적인 것의 우월을 논할 생각은 전혀 없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것이 만날 때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것이다. 이런 상황들은 지금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과연 어떤 것들인지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장소를 정의하는 방식의 차이는 가장 두드러지게 보인다. 의사가 기대한 답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장소 표현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장소라는 것은 그런 절대적인 방식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이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시간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환자가 말하는 방식은 조선시대 그리고 일제강점기시대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의사가 원하는 답변은 서기였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서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환자나 의사나.

    사고의 방식이 전혀 다른 존재가 만나는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위의 사례와 같은 경우를 통해 단편을 엿볼 수 있다.

    "외계인과 지구인이 만날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1.이 책은 대략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여기서 인용한 내용이 재미있어 이 책을 매우 재밌는 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커다란 오산이다. 궁금하시면 도서관에서 한번 찾아보시기 바란다.
    2.이 부분은 영어를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Nolan이 한국어가 서툴러 영어로 잘못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다들 짐작할 수 있듯이, 이것은 "쥐가 나다", "배가 거북하다"와 같은 증상을 말하는 것이다.

    Happysloth
    2006/08/04 13:16 2006/08/0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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