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에 대대적인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것을 몇 달이 지난 지금에 와서 소개하는 것이 다소 어색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원래 쓰려고 생각했던 글이니 간단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컴퓨터 업그레이드
난 컴퓨터 하드웨어와 디지털 장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것은 관심일 뿐, 나는 결코 얼리어댑터는 아니다. 왜냐하면, 그럴만한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잦은 업그레이드는 귀찮은 작업이다. 이번에 컴퓨터를 바꾸고 나면 이 시스템을 오랫동안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나름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선택된 사양은 다음과 같다.
하드디스크와 케이스, 파워는 모두 기존의 것을 재활용했다. CPU는 정말로 오랜만에 인텔 제품으로 되돌아왔다. 펜티엄3 코퍼마인 이후로는 줄곧 AMD의 CPU를 이용했었는데, 드디어 나도 인텔의 코어2듀오로 갈아탔다. CPU의 성능은 참으로 만족스럽다. 처음으로 써보는 듀얼코어라서 그런지 체감성능의 향상이 대단했다. 그리고 지금은 3.6G로 오버클럭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매우 쾌적하다. 램이야 가격이 저렴해서 4G를 샀고, 메인보드는 P45 칩셋보드 중에서 Raid를 지원하는 가장 저렴한 Asus보드를 구매했다. 전원선 위치를 제외하고는 흠잡을 데 없는 괜찮은 제품이다.
업그레이드의 핵심 SSD
사실, 이번 업그레이드의 핵심은 바로 SSD이다. 수월한 가격은 아니지만, 나름 저가 MLC 기반의 SSD를 두 개 사서 Raid 0을 구성했다. 결과만 본다면, 성능은 매우 만족스럽다. 아마도 올해 말이 되면 SSD에 운영체제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성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뉴월드넷 SSD는 저가 MLC SSD 중에서 그나마 조금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이것을 구매했던 2008년 10월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더 좋은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었고, 가격도 많이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환율 때문에 당분간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CPU는 내가 샀을 때보다 지금이 오히려 더 비싼 어이없는 상황이다.
뉴월드넷 SSD
OCZ라는 회사가 처음으로 SSD의 대중화를 선언한 이후, 여러 회사가 MLC 기반의 저가 SSD를 출시했고, 뉴월드넷이라는 국내 중소업체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제품을 출시한 이후,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지 않고, 지금은 오히려 활동이 위축된 듯하다. 아무튼, 뉴월드넷의 32G SSD의 자세한 스펙은 다음과 같다.

SSD와 프리징
MLC 기반의 SSD는 가격이 저렴한 대신, 프리징이라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프리징은 말 그대로 시스템이 잠깐 멈춰버리는 것을 말한다. 조금 기다리면 다시 잘 작동되지만, 실제로 사람을 참 답답하게 만드는 문제이다. 이 문제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은 SSD의 낮은 랜덤 쓰기 성능 때문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실제로, SSD에 여러 개의 쓰기 작업을 시키면, 이 프리징 현상을 아주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SSD에 맞게 컴퓨터를 최적화시키는 작업들은 대부분 SSD에 직접 쓰기 작업을 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들이다. 이런 설정들을 적용시키는 것만으로도 프리징의 빈도는 대폭 낮출 수 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MS 오피스를 설치하면서 인터넷을 했을 때 엄청난 프리징을 경험했다. SSD에 쓰기 작업을 여러 개 했을 때 나타나는 프리징의 전형적인 경우이다. 이럴 땐 프로그램을 다 설치하고 나서 다른 작업을 하면 된다. 일반적인 경우, 프로그램 설치가 일상적인 작업은 아니므로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프로그램 설치 작업도 일반 하드디스크보다는 더 빠르니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사실, 내가 자주 경험하는 자잘한 문제는 모두 익스플로러를 쓸 때 발생했다. 1-2초 정도의 지연현상이 생기는 경우가 아주 가끔 있다. 그런데 이것이 SSD의 프리징 문제인지, 아니면 그냥 익스플로서의 성능 문제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른 브라우저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익스플로러 이외의 다른 브라우저를 사용한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기 때문에 원인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쓰고 있고 따라서 나에게 SSD의 프리징 문제는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SSD의 성능
SSD의 읽기, 쓰기 속도는 하드디스크보다 약간 빠르다. SSD의 진짜 성능은 바로 매우 낮은 데이터 접근시간(Access Time)에 있다. 뉴월드넷 SSD의 접근시간은 0.2ms이고, 이것은 일반적인 하드디스크보다 수십 배 빠른 속도이다. 이것은 정말로 놀랍다. 제조사가 직접 밝히는 SSD의 성능은 다음의 그림과 같다.

이 그림에 나오는 숫자를 100% 믿을 수는 없지만, 하드디스크보다 많은 성능 향상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절대로 SSD의 성능에 환상을 가지면 안 된다. 실제로 SSD로 Raid 0을 구성한 내 시스템에서 윈도우XP의 부팅시간은 지렁이가 4-5개 정도 지나가는 수준이기 때문에 하드디스크 시스템보다 약간 빠른 수준이다. 실제로 SSD의 성능은 로딩시간이 긴 덩치 큰 프로그램들을 실행할 때 발휘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이다. 포토샵을 실행시키면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때까지 약간 시간이 걸린다. SSD에서는 이 시간이 매우 짧아진다. 현재 이것저것 여러 프로그램이 설치된 내 시스템에서 포토샵CS3를 실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초도 안 걸린다. 이것은 정말 환상적이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서 빠르다는 생각도 안 들지만, 하드디스크 시스템으로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고, 그런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Raid의 성능
처음부터 Raid를 염두에 두고 32G를 두 개 샀다. SSD를 하나 쓸 때에 비해 Raid를 구성하면 얼마나 성능이 향상되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SSD를 하나만 써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내 시스템에 있는 SSD Raid의 성능은 다음과 같다. 여러 번 실행해서 가능 좋은 기록이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벤치마크의 숫자를 너무 많이 믿으면 안 된다. 실제로, 어떤 옵션을 하나 건드렸더니 쓰기 성능이 벤치마크 기록상으로는 반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나는 어떤 성능 변화도 느낄 수가 없었다. 또한, Superspeed사에 만든 Supercache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이 벤치마크의 기록을 20배 이상 높일 수 있다. 그래프 상으로는 정말 놀라운 결과가 나오지는 하지만, 여전히 성능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벤치마크의 숫자를 그냥 참고만 할 뿐, 그 이상 신뢰할 필요가 없다.
복잡한 설정과 높은 가격
SSD의 성능을 계속 발전하고 있고, 새로운 제품이 마구 나오고 있다. 하지만, SSD는 아직도 가격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환율 문제까지 겹치면서 SSD의 보급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더 나은 성능의 새로운 제품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SSD의 성능을 제대로 쓰려면 복잡한 설정을 해주어야 한다. 윈도우Vista보다는 오히려 윈도우XP가 SSD에 더 적합한 운영체제로 알려졌고,[#1] 윈도우XP라 할지라도 여러 가지 어려운 설정을 손봐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 초보자가 SSD를 사용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 SSD를 쓰기 위한 설정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그대로 따라 하기도 쉽지 않은 것들이다. 따라서 SSD의 특성에 최적화된 차세대 운영체제가 등장해야 SSD의 보급이 일반화될 것이다.[#2]
장기적으로 SSD에 운영체제와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대용량 멀티미디어 파일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아직 SSD는 일반 사용자에게 추천할 제품은 아니니, 조금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

| 1. | 가장 대표적인 기능이 바로 디스크 조각모음이다. SSD는 이 기능이 전혀 필요 없다. 윈도우Vista는 조각모음을 수시로 하는 기능이 있지만 SSD는 이 기능을 꺼야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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