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에 돌아오면 주머니에 있는 모든 물건을 꺼내 놓는 습관이 있다. 지갑이나 휴대전화는 항상 놓던 자리에 놓고, 동전들은 저금통에 넣는다. 그래서 내 저금통에는 계속 동전들이 쌓여간다. 그러다가 연말이 되면 그 저금통을 개봉해서 그 돈을 그때그때 필요한 곳에 썼다.
보통은 연말에 은행에서 동전을 교환했지만, 언젠가 한번 크게 고생한 이후로 다시는 연말에 은행에서 동전을 교환하지 않는다. 그 고생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몇 년 전, 나는 기대에 부풀어 저금통을 들고 은행을 갔었다. 하지만, 연말이라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내 순서를 기다리려면 많은 시간을 필요했고, 결국 나는 은행을 포기하고 주변 우체국으로 갔다. 그곳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은행보다는 상황이 좋았다.
그곳에서 나는 당시 그나마 가장 한가한 사람, 즉 우체국장과 함께 안쪽 테이블에 앉아서 동전을 세기 시작했다. 창구에 있는 직원들은 너무나 바빠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기꺼이 도와준 우체국장이 고마웠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우체국은 자동으로 동전을 세는 기계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동전 100개를 세고 그다음에는 무게를 달아서 동전을 셌다. 정말 우체국다운 방법이었지만, 나름 정확했다. 이런 식으로 대략 30~40분 동안 동전을 셌고, 그 결과 약 20만 원가량의 지폐로 환산되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다시는 연말에 동전 교환으로 은행을 찾지 않기로 했다. 게다가 그때부터 은행에서는 동전 교환을 잘 해주지 않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내가 주로 가는 은행들은 요일만 잘 맞추면 동전교환이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며칠 전, 그동안 동전을 모은 저금통을 열었다. 그 결과는 위의 사진과 같다. 총 금액은 188,720원이었다. 막상 저금통을 열고 나니, 몇 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간다. 또 1년을 기다려야 저금통 여는 기쁨을 누리겠지? 그건 그렇고, 이걸로 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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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뿌듯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걸 어떻게 손으로...
이승환님 반갑습니다. 네, 말씀하신 대로 정말 뿌듯하기는 합니다.
그리고 저 동전은 일일이 손으로 세긴 했습니다만,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습니다.
왠지 훈훈한 풍경이로군요. 우체국장님과 함께 그간 모아온 동전을 세는 모습.. 다만 이런 모습이 이MB의 눈에 띄었으면 그야말로 공기업의 한심한 작태로 낙인찍혔을 법한 풍경이긴 하지요.
오래전 일이지만, 우체국장이랑 테이블에 마주 앉아 동전세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모양새가 참 우습지요. 저로서는 우체국장님의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지금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