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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 대중문화 / 예술 2008/04/30 13:02

    인터넷 권력전쟁 - 잭 골드스미스(Jack Goldsmith), 팀 우(Tim Wu) (2006)

    인터넷 권력전쟁
    잭 골드 스미스 & 팀 우, 2006, (사이버 세계를 조종하는) 인터넷 권력전쟁, 송연석 역, 웅진씽크빅(NEWRUN).

    Jack Goldsmith & Tim Wu, 2006, Who controls the Internet? : Illusions of a borderless world, Oxford University Press.

    제목이 참으로 요상하다. 이것은 마치 많은 사람들 모르게 인터넷을 주무르는 보이지 않는 어둠의 세력의 실체를 알려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세계적인 명문대학인 하버드와 컬럼비아의 법대 교수들이 지은 책이다. 그들이 천박한 저널리스트들이나 쓰는 글을 썼단 말인가? 그럼 그렇지! 영문 제목을 보면 이 책이 어떤 사실을 알려주려고 하는지 쉽게 드러난다. "Illusions of a borderless world", 바로 이것이 이 책이 독자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바이다. 우리가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물질세계의 공간과는 달리 매우 자유롭기 때문에 지리적인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인식이 허구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목적이다.


    친절한 저자들

    이 책은 참으로 친절하다. 책의 목차가 나오기도 전에, 이 책이 뭘 이야기할 것인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의 80%를 읽은 것과 같다. 참으로 친절한 저자들이다. 난 이런 분들이 좋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아무리 획기적인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나온다 하더라도 지리적 구분과 정부의 강제력이 갖는 근본적인 중요성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2. "인터넷이 갈라지면서 국경이 생기고 있다."
    3.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국경 있는 인터넷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장점들이 많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저자들의 독창적인 생각은 바로 3번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각 국의 정부권력에 의해 통제가 증가한다는 사실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서 그러한 정부의 통제가 오히려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기존의 모든 권력의 통제로부터 자유롭고 싶어하던 인터넷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정부의 권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참으로 모순적으로 들린다.


    정부의 역할

    주지하다시피, 인터넷은 전세계 전자네트워크의 총체이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의 전통적인 국경은 이곳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래서 초기의 인터넷 창시자들은 인터넷에서는 국경은 무의미한 것으로 생각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자유로운 인터넷은 악한 인간들에게도 자유롭다는 점이다. 사회의 공공성을 해치고, 남의 것을 훔치며, 기존의 법질서를 무시하는 악당들에게도 인터넷은 신천지였던 것이다. 둘째,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동질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들의 문화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곳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다른 곳에는 금지된다. 이런 점 때문에 국경을 넘나드는 인터넷은 그 어디에선가 마찰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나치(Nazi) 기념품 때문에 프랑스에서 문제가 된 야후(Yahoo)의 사례[#1]이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인터넷이라는 공간에도 파열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일부의 경우에는 해결을 위해 강제력을 동원해야만 한다. 여기에서 바로 정부권력의 개입이 발생한다.

    정부권력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강제력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물질적인 세계가 아니다. 따라서 그곳에서의 처벌은 물리적이지 않다. 쉽게 말해서, 인터넷을 통해 다른 나라의 나쁜 녀석 하나를 혼내주려고 그 사람의 ID를 삭제하거나 아바타(Avatar)를 PK(Player Killing)하는 것은 그 악당에게 실질적인 처벌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실제 물질세계의 강제력만이 진정으로 처벌의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우리가 물질세계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한, 우리의 모든 활동은 정부권력의 영향 하에 놓일 수밖에 없고, 여기에는 인터넷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권력에서 자유로운 인터넷이라는 것은 환상이며, 오히려 그것이 없다면 안정적인 인터넷의 발전은 불가능하다.


    21세기의 리바이어던(The Leviathan)

    리바이어던 표지
    무정부적인 성격이 찬양되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정부권력이 필요하다는 저자들의 주장을 간단하게 살펴봤는데, 이 논리가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느낌이 든다. 바로 홉스(Thomas Hobbes) 의 리바이어던이다. 홉스는 정부가 왜 필요한 지에 대해 기본적으로 인간들이 악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물리적 강제력을 가진 정부 권력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했다.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대표되는 무정부적인 상황이 초기 인터넷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 초기의 자유로운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그 규모가 작았을 때는 자율적인 정화작용으로 쉽게 그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시기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이베이(eBay)의 "그리프 아저씨(p.223)"의 조정이 통하던 시절과 동일하다. 하지만, 인터넷의 규모가 커지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면서 이제 과거의 자율적인 조정은 모든 투쟁상황에 대처할 수가 없게 된다. 만약 정부권력이 이 단계에서 개입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이베이는 존재할 수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안정적인 인터넷의 확장을 위해서는 정부권력의 존재는 필수적인 것이다. 이것은 정확히 21세기에 귀환하는 리바이어던이다.


    정부통제의 방법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들은 보통 국경을 초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국경이라는 지리적 구분에 기반한 국가권력이 여기에 대응하기란 수월하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부는 물질적 세계의 규칙을 온라인의 세계에 강제시키는 나름의 방법을 발전시켜 왔다. 그 방법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 자국 중개자에 대한 통제 : 해외에서 생산된 불법적인 물건이 자국 내의 브로커를 통해 유통되는 경우, 자국의 브로커를 단속하는 방법이다.  "태국에서 들여온 모조 구찌 가방이 이 예에 해당한다." 하지만, 물질적 형태의 물건이 아니라면 중개자가 존재할 필요도 없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저자들은 "네트워크 간 교류는 중개자를 없앤 게 아니라 중개자의 정체만 바꿔놓았을 뿐"이라고 말한다(p.124).
    • 운송 중개자에 대한 통제 :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이 책에서도 중국에 대해 이야기에 한 장을 통째로 할애할 만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런 인터넷 검열은 해외에서 유입되는 정보들을 중간에서 걸러내는 것이다. 이런 경우, 정부는 보통 ISP(Internet Service Provider)들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 정보 중개자에 대한 통제 : 법적으로 특정 사이트를 완전히 폐쇄시킬 수 없는 경우, 이 사이트를 실효성을 줄이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즉, 검색엔진에서 검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저작권이나 상표권 침해로 검색 결과에서 특정 페이가 나타나지 않도록 요청하는 방법이다. 구글과 같은 정보 중개자를 통제하는 방법은 효과가 매우 크다.
    • 금융 중개자에 대한 통제 : 도박사이트를 없애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돈줄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해외에 존재하는 도박사이트를 폐쇄시키기는 매우 어렵지만, 신용카드회사를 압박해서 도박사이트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면 실질적인 통제를 행사할 수 있다.
    • 도메인 네임 통제 : 인터넷에서 마약을 파는 사이트들의 도메인을 못쓰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 경우, 법적으로 도메인은 범죄인의 재산을 압수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도메인을 사용할 수가 없다면 해당 사이트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
    • 개인에 대한 법 집행 : 최후의 방법이다. 중개자나 유통업자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엔드유저(End User)에 직접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것이다. Mp3 음악파일을 다운받아 저작권을 침해한 수많은 사용자들을 모두 고발하는 방법이다. 물론 개인으로 활동하는 크래커들을 잡아들이는 것도 여기에 해당된다.


    정부의 권한과 세계화

    인터넷이 세계화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유로운 사이버 공간에서는 국가의 장벽을 손쉽게 넘어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부의 역할과 미래는 종종 평가절하되곤 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인터넷 공간에서 정부 권한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적으로 옳은 분석이다. 하지만, 여기서 지적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것은 정부의 역할을 앞으로도 여전히 중요할 것이지만, 그것이 행사되는 양상은 변화한다는 것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정부의 역할과 정부는 중요해지지만, 정부의 정책결정의 폭은 줄어든다. 왜냐하면 세계화로 인해 한 나라의 의사결정이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국가간 상호의존성의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이제는 한 국가의 단독적인 의사결정보다는 여러 국가정부의 참여하는 환경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 사이에서 적용되는 법적 절차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의 시점에서 더욱 그렇다.


    세계법

    여러 국가의 협력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여러 나라에서 유효한 세계법이 필요하다. 인터넷 세계에서 통용되는 세계법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책에 제시되어 있다.

    • 국제조약 : 다른 나라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크래커의 신병확보를 위해서는 국가간 협력이나 범죄인 인도협약이 필수적이다. 또한 사이버 범죄에 대해서는 현재 모든 나라가 가입할 수 있는 '사이버 범죄 조약(Cybercrime Convention)'이 있다. 하지만 그다지 강력하지는 않다. 여전히 많은 국가들이 조약과 같은 명시적 규약보다는 기존의 관행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 ICANN : 인터넷의 세계에서는 전세계에서 언제나 통용되는 "법"이 있긴 있다. 바로 도네임 네임 시스템이다. 따라서 이 시스템을 관리하는 기관에게 국경이라는 장벽은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다. 90년대 말, 이 시스템을 놓고 벌어진 존 포스텔(Jon Postel)[#2]과 미국정부 사이에 암투에서 미국정부가 일방적으로 승리한 이후 지금까지 이 시스템은 미국이 관리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를 둘러싼 권력투쟁은 진행 중이다.
    • 세계무역기구 : 인터넷 도박사이트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라는 이미 확립된 국제기구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 유럽의 프라이버시 법 : 전통적으로 유럽은 사생활 보호에 대해 엄격하다. 따라서 유럽연합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닷넷패스포트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유럽연합의 요청을 받아들여 보다 엄격한 보호정책을 도입하였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 정책을 전세계에 확장 적용시켰다. 결론적으로 유럽연합이 정한 프라이버시 법이 유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세계에 적용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식적인 세계법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세계에 적용되는 법이 만들어진 셈이다. 지리적 구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시장지배력이 큰 시장의 규칙이 전세계적으로 지배적인 규칙이 된 경우이다.


    평가

    이 책은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책이다. 인터넷이 전통적인 정부권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멋진 반론이었다. 실제로 인터넷 공간에서는 감상적 아나키스트들의 감수성이 넘쳐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감상적 아나키스트들에 대한 내가 생각하는 가장 강력한 반론은 위에서도 언급한 홉스의 "리바이어던"이다. 너무 오래된 책이라서 그 존재를 잊고 있지만, 무정부의 상태에서 왜 정부권력이 도출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가장 이상적인 사고 실험이 바로 홉스의 저 책이고,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홉스의 사고 실험과 가장 유사한 실제 사례이다. 근대 민족국가가 어떻게 탄생하고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정부권력의 존재는 필연적이다. 그것은 인터넷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왜냐하면 인터넷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지적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정부가 인터넷을 검열하는 중국 같은 정부권력을 결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세계를 동일한 규칙으로 묶으려는 세계화에 대해 저항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소중한 것처럼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풍요롭게 하는 다양한 문화적 활동과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것도 매우 귀중하다. 그런 의미에서 "동질화를 야기하는 힘에 대한 의식적인 저항노력(p.305)"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어디서나 중요하다. 저자들은 그 점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도 정부권력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사람들이 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의도하는 바이다.

    1.이 사례는 다음의 기사를 참고하라. [보러가기 ]
    2.존 포스텔과 미국정부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은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한 사례로 언급된다. 존 포스텔이라는 인물에 대한 위키백과의 설명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라. [보러가기 ]

    Happysloth
    2008/04/30 13:02 2008/04/30 13:02
    이 글과 관련된 글
    • 19세기 인터넷 텔레그래프 이야기 (The Victorian Internet) - 톰 스탠디지... [관련 태그 :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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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back   2 Comments   Tags : Governance, Internet, Jack Goldsmith, NEWRUN, Tim Wu, Who Controls The Internet?, 송연석, 웅진씽크빅, 인터넷, 인터넷 권력전쟁, 잭 골드스미스, 정부, 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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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미국은 전체주의 국가가 되는 것인가

      Tracked from foog.com 2008/05/04 19:20  삭제

      세상 사람들에게 정치적 자유가 가장 보장된 나라를 뽑으라면 어느 나라를 뽑을까? 대개 미국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은 자유세계에서도 자유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저도 많이 고민해보지는 않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도 정부권력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사람들이 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라는 점에서는 공감이 되네요.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포스팅 하나 트랙백 날립니다. :)

      foog
      2008/05/04 1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Foog님 트랙백 잘 읽어보았습니다. 미국정부와 중국정부의 인터넷에 대한 관점이 유사해지고 있군요. 사실, 테러리즘에 대처하는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를 이해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이고,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인터넷은 가장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권력"의 생리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제가 너무 순진한가 봅니다. 아무튼, Foog님 덕분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Happysloth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8/05/0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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