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담 샤프, 2002,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 정보사회와 인간의 조건, 구승회 역, 한길사.
Adam Schaff, 1985, Wohin Fuhrt der Weg? : die gesellschaftlichen folgen der zweiten industriellen revolution.
"정보사회와 인간의 조건"이라는 의미심장한 부제가 달린 이 책은 1985년에 작성된 로마클럽의 보고서이다. 주지하다시피, 로마클럽의 주된 관심은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것이었고, 1975년에 발간된 "성장의 한계"로 유명해졌다. 우리 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 그들의 주된 관심이며, 이 책은 그 주제가 "정보사회"에 대한 것일 뿐이다. 앞으로 전개될 정보사회에서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그들의 대답이 바로 이 책인 셈이다.
초기 접근들
70~80년대에 '정보통신기술'이나 '극소전자혁명'과 같은 주제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인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탈-산업사회의 도래"를 주장한 다니엘 벨(Daniel Bell)과 같은 사회학자나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부류의 미래학자들이며, 다른 부류는 소련을 중심으로 한 마르크스주의 사상가들이었다. 하지만 이 두 부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는데, 전자의 학자들은 지금의 사회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그것의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기술적 발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정보통신기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반면에, 후자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정보통신기술의 놀라운 발전이 궁극적으로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켜 줄 것으로 믿었기 때문에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적 발전에 주목하였다.
아담 샤프?

기술혁명의 사회적 귀결들
저자는 기술적 혁명을 세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①전자공학 ②분자생물학 ③핵에너지가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가지 기술이 사회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그 변화는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구성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저자는 예견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효율성이 증가하고 점차 인간의 노동력이 불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결국 구조적인 실업을 야기할 것이다. 이를 위한 과도기적 해결책은 "현존의 노동 총량을 새롭게 재분배함으로써 가능(p.56)"할 것이며, 이는 결국 개인의 근로시간 단축을 의미한다.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과도기적 해결책일 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더욱 광범한 국민소득의 재분배"라는 수단이며, 이는 "국민소득에 대한 자본가 계급의 지분 감소"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p.64). 쉽게 말하면 "혁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 이외의 현실적인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정보가 사회의 중요한 자원이 됨으로써 정보를 많이 소유한 부류와 그렇지 못한 부류의 새로운 계급분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이 책이 30년 전에 출판되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노동의 종말?
저자의 주장과 상당히 유사한 주장을 담은 책이 하나 있다. 바로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노동의 종말"이다. 리프킨은 앞으로 기술발전 때문에 구조적이 실업이 발생할 것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며, 그것은 자원봉사자(volunteers)의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내용은 구조적 실업의 발생과 그 해결책, 그리고 "사회적 개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행위자들을 강조하는 아담 샤프의 주장과 거의 유사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아담 샤프는 "혁명"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그는 마르크스주의자이다. 또한 그가 기술적 발전이 가져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기술적 낙관주의를 견지했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미래학?
이 책은 약 30년 전에 출판되었지만, 비교적 훌륭하게 지금의 현실을 잘 예측하고 있다. 게다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예측한 미래들이 들어맞는 경우는 개인적으로 거의 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저자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그가 기술발전이 인간 삶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단방향만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기술결정론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나는 미래학이라는 학문을 좋아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것을 학문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명성 좀 있는 양반들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대중들을 현혹시키는 것으로 폄하했다. 하지만, 요새는 그 생각이 많이 변했다. 미래학이라는 것이 제대로 된 학문인지 아닌지는 논외로 친다고 해도, 지금은 이 작업이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동안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앨빈 토플러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도 많이 변했다. 그 사람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실, 예측한 미래가 올바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봐야만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사전에 여러 예측 가능한 경로들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와, 각각의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과 그것의 귀결들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 작업을 위해서는 현재의 사회적 조건에 대한 냉철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즉, 미래는 현재에 달렸다는 것이다. 나의 변화된 인식은 작업의 중요성과 그 배경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평가
이 책은 많이 알려진 책이 아니다.[#2] 아담 샤프라는 인물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중요한 이유는 30년 전에 미래의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점이다. 사실, 이것 이외에는 이 책에 커다란 미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30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분야의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라면 이런 책은 그 존재 자체를 몰라도 상관없다. 이 책은 학술적인 관점에서만 유효할 뿐이다. 그래서 실제로 이 책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도움으로 출판되었다. 그런 도움이 없었더라면 절대로 번역본이 나오기 어려운 책임이 분명하다. 앞으로 이 책처럼 시장성은 전혀 없지만, 학술적으로 나름의 가치를 지닌 책들이 여러 도움을 통해 세상에 나오면 좋겠지만, 현실은 여전히 암담하다. 아마도 지금 이 책을 구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이렇다.

| 2. |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 책의 영역 본은 출판되지도 않은 것 같다. 아무리 찾아봐도 이 책의 영역 본은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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